대학시절에 제가 알던 유학생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. 그의 영어는 단어배열 정도를 많이 넘지 않는 콩글리쉬 수준이었는데, 신기하게도 미국학생들 사이에서는 영어를 모국어처럼 하는 동포학생 누구 보다도 더 활기차게 대화를 했어요. 누구든 그의 옆에 있으면 신나게 떠들고, 웃고, 즐거워했기 때문에, 풀리지 않은 미스테리 같았어요. 난 그때 어느정도 영어도 편했었고, 표현도 더 매끄럽게 할 수 있었지만, 나의 얘기에는 별 반응이 없는 현지학생들도 그가 콩글리쉬로 입을 열기만하면 모두 깔깔 웃고 좋아했어요. 그래서 무엇이 그를 이렇게 특별하고 훌륭한 대화인으로 만드는 지 관찰해 보았는데, 그때 발견한 한 가지가 나에겐 잊을 수 없는 레슨이 되었어요.
그 한 가지는 바로 순수한 즐거움이었어요. 대화를 하고 싶다는 기쁜 마음이 언제나 눈빛을 통해 나타났어요. 그의 얼굴 표정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주위의 모든것을 바꾸는 것 같았어요. 브로큰 잉글뤼쉬였지만 그의 표정과 손짓은 마치… “영어는 좀 안되는데, 너랑 이렇게 얘기하는 게 너무나 즐거워, 느낄 수 있니?” 라는 반가운 마음을 그대로 전달 하는 것 같았어요.
그는 대화 할때에 언제나 활짝 웃었어요. 아무리 봐도 잘 생긴얼굴은 아니었지만 표정은 늘 밝았고 자신감이 생생했어요. “아이고, 한국식 유머인데 이게 먹힐려나?” 하고 오히려 내가 옆에서 불안해 했는데… 그의 표정과 손짓을 보며 모두 신나게 얘기했어요. “좀 더듬거리지만, 어떻게든 너네들에게 말해볼께. 내 발음이나 문장 앞뒤가 좀 안 맞아도 괜찮은거지?” 라는 진솔함이 와 닿는 것 같았죠.
특별한 외모나 지적인 매력, 매끄런 영어구사력도 없는데다, 생소한 한국적 유머로도 모두에게 웃음을 선사했던 그 친구… 효과적 대화를 위한 기본적 자질이 미달인듯 했지만, 사실은 가장 중요한 핵심을 품고 있었던 그 친구.
25년이 지난 지금,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저에게 큰 감명과 레슨이 됩니다. “난 말재주가 없어”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다면, 순수한 그 마음을 표정으로 말해 보세요. 눈빛과 손짓으로, 가슴으로 말해 보세요. 너무 자신이 없다면… “제가 숫기가 없어서 늘 어색한 편이지만, 당신과 함께 시간 보내는 것이 참 즐거워요” 라고 활짝 웃으며 먼저 말씀해 보세요. 연습이 안되서 마음이 잘 안 열릴 수도 있을거에요. 하지만 이럴땐 무작정 시작해보는 행동이 나의 마음을 움직여 주기도 합니다. 믿기 어렵게 들릴지 몰라도, 그 사람을 즐거워하는 순수한 마음과 환한 웃음, 그리고 열정이 대화에 부족한 모든 약점을 커버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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워싱턴 DC 기쁜소리방송 (AM 1310) 에 방송되는 라디오 칼럼 내용입니다. 매주 월요일 오전 7:50분과 오후 12:25분에 들으실 수 있습니다.